성찰적 연대로 여는 전환의 길
발전대안 피다 제2기 중기 전략 (2026-2028)
2016년, ODA Watch는 정부 ODA 정책 감시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활동을 넘어, 더 폭넓은 '발전'의 이슈를 다각적으로 다루기 위해 발전대안 피다로 재출범했습니다.
2017년, 새롭게 출발한 발전대안 피다의 관점과 철학을 정리하고, 구체적인 활동의 언어로 번역해 내기 위하여 회원들과 운영위원회, 사무국이 함께 머리를 맞댔고, 그 결과 <피다 꽃피우기 2019-2025>라는 제목의 전략 문서가 탄생했습니다.
이는 2019년부터 2025년까지 7년이라는 기간에 걸쳐 피다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 문서로, 피다가 맞이한 시대적 고민과 피다의 역할, 피다가 추구하는 발전과 국제개발협력, 비전과 미션, 환경·역량 분석 및 활동 목표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제 <피다 꽃피우기>의 적용 기간이 다하고, 피다는 새로운 챕터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2017년 당시에는 내다볼 수 없었던 다양한 대내외 여건의 변화 속에서, 발전대안 피다 운영위원회는 지난 7년간의 '꽃피우기'를 기반으로 다가올 3년간의 방향성을 탐색해 보았습니다.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적용될 새 전략은 '성찰적 연대로 여는 전환의 길'을 제시하며, 더 날카로운 감시와 더 깊이 있는 대안을 핵심 목표로 세우고 있습니다. 1기 전략 수립 시보다 더 큰 불확실성 앞에 선 지금, 앞으로 3년간 피다의 걸음이 오롯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등불이 되기를 기대하며, 새로운 전략 문서를 공개합니다.
* 전문을 하나의 파일로 보고 싶으신 경우 아래 링크에서 PDF를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본 문서는 발전대안 피다(이하 피다)의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의 활동 청사진을 제시하는 2기 중기 전략이다. 이번 전략은 지난 1기 활동(<피다 꽃피우기 2019-2025>)에 대한 성찰과 급변하는 개발협력 환경, 그리고 단체가 마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실적인 도전 과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수립되었다.
1기 전략 평가 결과, 피다는 단체의 독창적인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으나 동시에 구조적인 한계 역시 마주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피다는 ‘라오스 댐 사고 대응’, ‘활동가 노동인권 옹호’ 등 정부나 대형 NGO가 다루기 어려운 의제를 선도해 왔다. 그러나 발전에 대한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비전은 단체 활동의 분명한 기준으로 작동하기에는 다소 모호했고, 외부 공모사업에 대한 높은 재정 의존도는 활동의 파편화와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내외 환경 분석 결과, 피다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국내외 개발협력 영역의 전환기에 서 있다. 글로벌 ODA의 축소와 국익을 추구하는 정부의 실용주의 기조는 여전히 시민사회의 감시 역할을 필요로 한다. 한편 2기 전략 기간 동안 예상되는 재원 확보의 불확실성은 역설적으로 피다가 자생력 있는 조직으로 거듭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진단에 기반하여, 2기 중기 전략은 ‘지구촌 모든 구성원이 차별받거나 소외되지 않는 정의롭고 평등한 발전’이라는 비전 아래, 피다의 핵심 기능을 ‘감시-연결-참여’로 명료화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두 가지 전략 방향은 다음과 같다.
1. 날카로운 감시, 깊이 있는 대안: 편협한 국가주의와 자본 중심의 ODA 정책을 정밀하게 감시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방대한 활동 범위를 조정하고, 증거 기반의 정책 제안과 대안 담론 형성에 집중하여 정책 결정 과정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2. 경계를 넘는 연결, 참여로 만드는 연대: 다양한 사회운동과의 연결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이를 조직 내부의 참여 동력으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사무국은 조직 운영에 집중하고, 사업과 활동은 위원과 회원이 주도하는 협업 시스템을 정착시킨다.
본 전략은 지난 시간의 성찰을 통해 피다의 비전이 추상적 담론을 넘어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아가기 위한 3년간의 밑그림이다. 이를 통해 피다는 한국 국제개발협력 생태계의 건강한 감시자이자, 시민과 함께 대안을 만드는 성찰적 연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I. 들어가며: 새로운 항해를 위한 성찰과 다짐
발전대안 피다(PIDA, 이하 피다)는 지난 2019년, 향후 7년간의 비전을 담은 <피다 꽃피우기 2019-2025> 전략을 수립하며 ‘사람이 꽃피는 발전’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7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국제사회는 팬데믹의 충격과 지정학적 갈등, 기후 위기가 중첩된 ‘다중위기’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개발협력의 지형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한국의 역할 또한 중대한 전환기를 마주하고 있다.
본 문서는 피다의 지난 1기 활동의 성과와 한계를 냉철하게 평가하고,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여, 단체가 향후 3년간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답습하거나 외부의 흐름을 좇는 것이 아닌, 피다의 정체성과 핵심 가치를 재확인하는 한편 시대적 요구에 현실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피다는 새로운 중기 전략을 통해 그간 단체 내·외부에서 지적되어 온 활동의 추상성을 완화하는 한편, 선택과 집중을 통해 활동의 방향을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벼려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단체 활동의 본질적 기능인 ‘감시’의 예리함과 ‘대안’의 깊이를 더하고, ‘연대’의 범위를 넓혀 한국 국제개발협력 생태계의 건강한 비판자이자 성찰적 담론을 이끄는 시민사회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전략이 피다의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는 청사진이 되어, 단체가 꿈꾸는 ‘사람이 꽃피는 발전’을 향한 길을 힘차게 열어 주기를 기대한다.
II. <피다 꽃피우기 2019-2025> 성과와 과제
지난 7년간 피다는 1기 전략에 해당하는 <피다 꽃피우기 2019-2025>를 바탕으로 한국 국제개발협력 생태계 내에서 의미 있는 활동들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동시에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활동의 영향력 측면에서 여러 구조적 한계와 과제에 직면하기도 했다. 본 2기 전략 문서에서는 단체의 비전 체계를 중심으로, 1기 전략이 종료되는 시점에 단체 내·외부의 주요 구성원들과의 회의 및 면담, 관련 보고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기간 동안 피다가 추진한 활동을 1) 비전 체계 및 목표, 2) 추진 활동, 3) 예산 및 재정 구조의 측면에서 분석하고 평가하였다. 이를 통해 피다가 마주한 구조적 한계와 기회를 명확히 진단하고, 향후 3년간 조직의 정체성을 더욱 선명히 하면서도 재정적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1. 비전 체계 및 목표: ‘포용적 이상’과 ‘전략적 모호성’의 공존
<피다 꽃피우기 2019-2025>는 ‘지구촌 모든 구성원이 차별받거나 소외되지 않고 정의와 평등을 추구할 수 있는 발전을 추구한다’는 포용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ODA Watch 시절의 기술적 감시를 넘어 ‘발전’의 철학적 지평을 넓히려는 중요한 시도였으며, 4대 미션과 3대 목표는 이러한 지향을 구체화했다. 이에 대한 성과와 과제는 다음과 같다.
◯ 성과
- 정체성 확립: ‘사람이 꽃피는 발전’이라는 핵심 가치를 통해 개발협력 분야의 다른 단체들과 차별화되는 피다만의 정체성을 구축했다.
- 민주적 가치 내재화: ‘정의평등위원회’ 설치 및 운영 등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을 통해 단체의 비전과 가치를 내부적으로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 한계 및 과제:
- 비전의 추상성: 비전과 미션이 다소 선언적이고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인 활동 방향으로 연결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한다’는 내외부의 평가로 이어지기도 했다.
- 목표의 분산: 3대 목표가 각각 조직 내부(지속가능성), 외부 생태계(감시와 대안), 시민과의 관계(시민 교류와 연대)를 포괄하며 광범위하게 설정되어, 한정된 자원으로 모든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평가의 어려움: 목표와 활동 계획이 당위적이고 선언적인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활동의 성과를 분명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2. 전략 목표별 활동: ‘의제 선도’와 ‘재원 의존’의 이중주
피다는 지난 7년간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 개발협력 시민사회 내에서 중요한 의제를 선도해 왔다. 특히 ‘라오스 댐 사고 대응’, ‘활동가 노동인권 옹호’, ‘인간존엄 모금문화(빈곤포르노 대응)’ 등은 피다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준 대표적인 활동이다.
◯ 성과:
- 독창적 의제 발굴: 정부나 대형 NGO가 다루기 어려운 개발 사업의 인권 침해 문제, 시민사회 내부의 노동 문제 등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의제를 공론화하는 데 성공했다.
- 시민 참여 모델 시도: ‘시민 정책펠로우’ 프로그램 운영 등 시민이 직접 정책 감시 과정에 참여하는 모델을 통해 미션4(시민 참여 민주적 운동)를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 한계 및 과제:
- 활동의 파편성과 비일관성: 매년 핵심 사업이 외부 공모사업 재원에 따라 바뀌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특정 이슈에 대한 장기적이고 심층적인 애드보커시 역량을 축적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로 작용했다.
- 대중적 공감대 형성의 어려움: 다루는 의제가 전문적이거나 비판적이어서, 개발협력 분야를 넘어 일반 대중의 폭넓은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3. 예산 및 재정: ‘만성적 불안’과 ‘높은 외부 의존도’
피다의 재정은 지난 7년간 만성적인 불안정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총 수입은 외부 지원사업 선정 여부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였으며, 조직 운영의 근간이 되는 정기후원금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 성과:
- 위기관리 노력: ‘도토리기금 캠페인’, ‘운영안정기금’ 적립 등 재정 위기를 타개하고 안정성을 높이려는 내부의 자구 노력이 있었다.
- 신규 재원 발굴: 독일 하인리히뵐재단과 같은 해외 재단 지원을 확보하며 재원 다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 한계 및 과제:
- 취약한 재정 구조: 정기후원금 수입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2022년부터 반등하였으나, 여전히 하락세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조직 운영의 가장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 높은 지원사업 의존도: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외부 공모사업에 의존하고 있어, 사업의 자율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는 활동의 파편성으로 이어지는 근본 원인이다.
- 회원 기반 약화: 신규 회원 유입이 정체되고 기존 회원 이탈을 막지 못하면서, 조직의 핵심 지지 기반이자 재정적 토대인 회원 커뮤니티가 약화되고 있다.
4. 종합 평가: ‘피다 꽃피우기’의 이상과 현실
<피다 꽃피우기>는 ‘지구촌 모든 구성원이 차별받거나 소외되지 않고 정의와 평등을 추구할 수 있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발전을 추구한다’는 비전 아래, 3개 목표 아래 9개의 활동 방향을 설정했다. <피다 꽃피우기>는 ODA Watch 시절의 기술적 감시를 넘어 ‘발전’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을 담아내려 했던 중요한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라오스 댐 사고 대응, 도서 및 사진전 등 문화 콘텐츠를 통한 개발과 인권 애드보커시(‘댐과 사람’ 사업), 활동가 노동인권 옹호 등은 피다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인 활동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회원의 열망을 담으려’ 했던 포용적인 접근은 활동의 상당 부분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비판적 평가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는 외부 소통의 어려움과 재원 확보의 난항으로 이어졌고, 소규모 사무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광범위한 활동 목표는 활동의 지속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향후 전략은 단체의 철학적 지향을 계승하되, ‘무엇을 할 것인가’를 더욱 명확히 하고,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영향력을 창출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이상의 분석과 평가 결과를 토대로 정리한 단체의 목표별 주요 성과와 한계는 아래와 같다.
발전대안 피다 목표별 성과와 한계(2019-2025)
◯ 목표 1: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인적·재정 자원과 대안적 조직문화를 가진 단체가 된다.
[주요 성과]
• 평등한 조직 문화 기반 마련
- 정의평등위원회 및 조직문화 지침 등 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 재정 안정화 노력
- ‘도토리기금 캠페인’ 등 회원 주도 모금 활동
- 하인리히 뵐 재단 등 신규 후원 유치
[한계 및 과제]
• 만성적 재정 불안
- 정기 후원금 감소 추세 지속
- 외부 공모사업 의존도 증가
• 회원 참여 저조
- 회원 기반 활동 약화
- 신규 회원 유입 및 기존 회원 유지 전략 부족
◯ 목표 2: 감시와 대안 제시를 통해 한국 국제개발협력 활동과 생태계가 피다가 지향하는 발전의 방향으로 질적 향상된다.
[주요 성과]
• 권리 침해 대응
- ‘라오스 댐 사고 대응 TF’ 활동 및 ‘댐과 사람’ 프로젝트를 통한 국제개발 사업의 인권 침해 문제 공론화
• 신규 의제 및 활동 발굴
- ‘활동가 노동인권 액션그룹’ 운영, ‘빈곤포르노 대응’ 연구 등 개발협력 생태계 내부의 문제 성찰 및 대안 모색 활동 전개
• 시민 참여형 정책 감시
- 시민 정책 펠로우 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정부 ODA 정책 평가 및 제안 과정에 시민 참여 모델 시도
[한계 및 과제]
• 활동의 파편성
- 공모사업에 따른 활동 주제 변경으로 장기적이고 일관된 애드보커시 역량 축적 한계
• 영향력의 한계
- KOICA 내부 비리 등 현안에 대한 즉각적 대응이 부족
- 정책 제안 활동이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는 데 한계 노정
◯ 목표 3: 발전에 대한 성찰, 학습, 실천, 교류, 연대를 통해 국내외 시민들과 함께 성장한다.
[주요 성과]
• 지식 생산 및 확산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
- 온라인 매거진 <피움> 발간을 통한 비판적 담론 생산 지속
- ‘발전대안 아카데미’ 등을 통한 성찰적 논의 확산
• 다양한 발전 주체와의 연대를 통한 외연 확장 가능성
- KCOC, KoFID 등 국내 시민사회 단체와의 연대, KOSODA(대안적국제개발시민사회네트워크) 조직 및 활동
- 미얀마,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등 국제 현안에 대한 시민사회 연대 참여
[한계 및 과제]
• ‘성찰적’ 발전의 대중화 한계
- ‘발전’에 대한 비판적·대안적 담론 확산 부족
• 연대의 전략성 부족
- 다양한 연대 활동에 참여했으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미흡
III. 국제개발협력 대내외 환경 분석
피다의 새로운 전략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 위에서 수립되어야 한다. 현재 국제개발협력은 글로벌 ODA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ODA의 변화가 공존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1. 글로벌 환경: 축소와 재편의 시대
◯ 거대한 축소와 지정학적 재편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주요 공여국은 ODA 예산을 삭감하고 있으며, 원조는 협력대상국의 필요보다 공여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편되는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 개발협력 분야의 재원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국익’을 이유로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해체하는 데 이어, 2026년 1월에는 베네수엘라를 침공하고 다수의 국제기구로부터 탈퇴했으며 그린란드를 병합하려는 야욕을 드러내며 UN이 중심이 되는 국제협력 규범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 정책적 동향: 복합위기에 대한 대응과 구조적 변화 이슈
2020년 이후 국제사회는 COVID-19 팬데믹으로 촉발된 보건 위기, 기후위기와 그에 따른 빈곤과 불평등의 구조적 심화, 인도적 위기와 분쟁의 장기화 및 취약국의 확대 등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제사회는 개발협력을 수행함에 있어 단일 부문 중심의 대응을 넘어, 위기 간 상호연계성을 고려한 통합적·체계적 대응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디지털 전환 및 AI 등장과 현지화 (localization)와 같이 국제개발협력의 기존 방식, 주체, 권력구조 등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변화적 접근에 대한 논의도 확산되고 있다.
◯ 재원 구조의 변화
2020년대 복합위기의 시대에 개발재원 동원과 관련한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개발재원은 전통적인 무상원조와 유상원조 구분을 넘고, 공공재원에서 민간재원을 동원하는 혼합금융이 주목을 받는 등 ODA의 패러다임이 ‘금융 우선(finance-first)’ 모델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수원국의 부채 취약성을 심화시키는 등 개발의 위험을 현지 사회에 전가하는 한편, 손실은 공적 자금이 부담하고, 수익은 민간이 우선 회수하는 등 비대칭적 구조를 통해 개발협력의 공공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2. 국내 환경: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와 ODA의 방향 전환
2025년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글로벌 책임강국과, 국익 중심 실용외교라는 대외정책적 방향 하에서 이를 실행하는 하위 수단으로 ODA를 활용하고 있다.국익과 실용의 가치하에 ODA 규모의 축소,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확대 필요성 증대라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공존하는 가운데 시민사회의 감시와 대안 제시 활동의 필요성 또한 증대되고 있다.
◯ 양적 팽창 속도 조절과 원조통합 이슈의 부각
이재명 정부는 지난 정권이 급격히 확대했던 ODA 예산을 일부 삭감하며 양적 팽창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외교부와 KOICA 중심의 무상 ODA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이 장기간 구조적 제약으로 제기되어 온 시행체계의 분절화 심화로 인한 사업추진 역량과 성과 분산 및 행정적 비효율성 발생 등 각 종 문제들을 실질적으로 완화·해소하고 한국 ODA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제고할지, 또 다른 부가적 갈등을 양산할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유무상 연계와 패키지형 사업 강화
최근 EDCF(유상차관)와 KOICA(무상원조)를 연계하고, 민간 기업의 투자를 결합한 대규모 패키지형 사업이 선호되고 있다. 이는 국익추구라는 방향 하에서 협력대상국의 인프라 개발 수요와 한국 기업의 수주 이익을 교환하는 형태의 개발협력 모델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
◯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위기와 구조적 변화 가능성의 공존
2026년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는 위기와 가능성이 교차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제기된 사회대전환 요구가 지속되는 가운데, 그간 인도주의와 전문성 담론을 중심으로 탈정치화되어 온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는 스스로의 역할과 위치를 재정의할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시민사회 파트너십 예산 감소와 사업 중심 위탁 구조의 강화는 시민사회단체들의 국제개발협력 참여 기반을 약화시키고, 활동을 사업 수행자로 한정시키는 경향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현지화(localisation)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확대되는 가운데, 현장에 기반한 감시·비판·대안 제시 주체로서 시민사회의 역할은 오히려 더욱 중요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는 개발의 공공성과 정의를 재정치화하고 국내외 연대를 확장하는 행위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고민과 실천이 요구되고 있다.
◯ ODA 부패 인식의 확산과 모금 윤리 논쟁의 지속
윤석열 정권은 글로벌펀드 재정 공약회에서의 ‘바이든/날리면’ 논란과 김건희의 캄보디아 순방 사진 논란 등 국제개발협력과 관련한 논란을 일으켰고, 12.3 내란 이후에는 정권 핵심 인사와 관련된 ODA 부패 의혹이 다수 제기되었다. 이러한 논란으로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떨어지고, 또한, 오랜 비판에도 여전히 많은 단체들의 주요 모금 수단으로 활용되는 빈곤 극대화 광고(일명 ‘빈곤 포르노’)는 지구촌 남반구와 빈곤에 대한 편견을 심화하고 시민의 피로를 유발할 뿐 아니라, 국제개발협력의 문화와 윤리에 대한 성찰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3. 시사점: 피다의 전략적 공간
국제사회에서의 ODA를 포함한 국제협력의 축소와 규범의 위기는 과거의 방식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의미하며, 강대국과 자본의 폭주를 저지하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글로벌 연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익과 실용을 앞세운 이재명 정부의 외교와 ODA 정책이 피다에서 오랫동안 비판한 ‘단기적 국익 추구 중심의 정책’과 맥락을 같이하고, 윤석열 정권의 ODA 비리로 인해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여느때보다 크다. 한편, 정부의 무상 ODA 통합과 시민사회 중심의 현지화 추진은 피다가 제기한 대안적 모델과 연결되는 지점도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피다는 정부 ODA 정책과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문화를 그 일원이자 비판적 감시자로서 성찰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더 넓은 연결을 만드는 노력을 심화해야 한다.
IV. 피다 2기(2026-2028) 전략: ‘성찰적 연대로 여는 전환의 길’
지난 7년간의 성찰과 급변하는 환경 분석을 바탕으로, 발전대안 피다는 향후 3년간의 새로운 비전 체계와 전략 방향을 다음과 같이 설정한다. 1. 비전 및 미션 제안: 성찰을 넘어 연대로 기존 비전과 미션이 담고 있는 핵심 가치는 이어가되, 보다 명료하고 힘 있는 언어로 다듬어 피다의 정체성과 지향을 내외부에 선명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1. 비전 및 미션 제안: 성찰을 넘어 연대로
기존 비전과 미션이 담고 있는 핵심 가치는 이어가되, 보다 명료하고 힘 있는 언어로 다듬어 피다의 정체성과 지향을 내외부에 선명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 비전
‘추구한다’는 과정 지향적 표현에서 나아가, 피다의 정체성을 ‘성찰적 시민 연대’로 명확히 규정하고, 단체가 만들고자 하는 세상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행동 지향성을 강화한다.
◯ 미션
기존 4대 미션을 ‘감시-연결-참여’라는 세 가지 핵심 기능으로 재구조화하여 활동의 초점을 명확히 하고, 보다 간결하고 힘 있는 동사형으로 표현하여 실천 의지를 강조한다.
1. 한국 사회에 발전에 대한 성찰적 논의를 확산한다.
2. 사람이 꽃피는 발전을 위한 시민의 권리 침해에 대항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3. 국내외 발전 문제가 상호 연결되어 있음을 밝히고 다양한 주체들과 연대한다.
4. 시민들이 참여하는 민주적 시민운동을 펼친다.
1. 감시한다: 우리는 국가주의와 자본 중심의 개발협력 관행을 비판적으로 감시하며, 그 과정에서 소외된 이들의 권리를 옹호한다.
2. 연결한다: 우리는 개발 현장과 시민사회, 다양한 사회운동을 연결하며 대안적 발전 담론을 확산한다.
3. 참여한다: 우리는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을 통해 ‘사람이 꽃피는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간다.
2. 전략 방향, 과제, 목표
지난 7년을 거쳐 오면서 피다가 마주하게 된 모든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수 년간 정체된 조직의 규모와 악화되고 있는 재정 상황은 한정된 인적·재정적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최대의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 조직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임을 방증한다. 피다 2기 전략은 이같은 조직 내외부의 환경을 냉정하게 수용하여, 조직의 활동, 운영, 재정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방향과 과제 아래 유기적이고 현실적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 전략 방향 및 과제
◯ 전략 목표
수정된 비전과 미션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전략 목표를 설정한다.
전략 목표 1: 날카로운 감시, 깊이 있는 대안
한국 ODA의 양적 팽창 이면에 있는 위험을 정밀하게 감시하고, 피다 고유의 ‘사람이 꽃피는 발전’ 관점에 기반한 전문적이고 시의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여 정책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전략 목표 2: 경계를 넘는 연결, 참여로 만드는 연대
개발협력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사회운동과 연결하고, 그 연대의 확장을 동력 삼아 회원과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운영 구조를 정착시켜 지속가능한 조직 기반을 구축한다.
3. 핵심 전략 및 전략별 활동 계획 (2026-2028)
새로운 전략 방향 하에서 향후 3년간의 핵심 목표를 다음과 같이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활동을 전개한다.
◯ 전략 목표 1: 날카로운 감시, 깊이 있는 대안
핵심 전략 1. 국제개발협력 정책 집중 감시
- ‘제4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 이행 과정 집중 모니터링 및 연례 평가 보고서 발간
- 한국형 ODA 사업(패키지형·대형화 인프라, 그린·디지털 ODA)의 사회·환경·인권 영향 심층 분석 및 이슈 브리프 발간
- 국회, 정부-시민사회 정책협의회 등 공식 채널을 통한 증거 기반 정책 제안 및 옹호 활동
핵심 전략 2. 현장 권리 옹호를 위한 핵심 프로그램 운영
- (2026) ‘인간존엄 모금문화 확산’ 사업 3차년도: 모금문화 가이드라인 및 평가지표 개발, 대안 콘텐츠 공모전 개최
- 기존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제도, 인식 및 문화에 내재되어 있는 권력비대칭, 불평등, 부정의의 문제를 드러내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캠페인, 세미나, 교육, 콘텐츠 제작 등의 활동
◯ 전략 목표 2: 경계를 넘는 연결, 참여로 만드는 연대
핵심 전략 1. 대안적 시민사회 연대체 활동
- (2026) 하인리히 뵐 재단 지원사업을 통해 인권, 환경, 젠더, 평화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KOSODA(대안적국제개발시민사회네트워크) 구성 및 활동
- (2026) 연대체 참여 단체들과 한국 정부·기업의 해외 개발·투자 활동에 대한 감시 및 공동 대응 활동 전개
- 대형 ODA 사업(개발금융 등)이 초래하는 인권·환경 문제에 대한 사례 발굴
핵심 전략 2. 참여적 거버넌스 강화
- 핵심 프로그램별 담당 위원(회) 역할을 지정하여 책임있는 사업 기획 및 실행 체계 구축
- 활동회원 참여 프로그램(소모임, 정책 간담회 등) 정례화 및 회원 역할 확대
핵심 전략 3. 지식 플랫폼 <피움> 개편
- 발전대안 피다의 관점·담론 확산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지식 생산 및 전파 활동을 포괄하는 엄브렐라 플랫폼의 브랜드로 정립
- (2026) 피움 매거진(뉴스레터), 피움 포럼(토크 중심 행사)
- 필요에 따라 피움 북스(도서), 피움 클래스/아카데미(강의 프로그램) 등 다른 지식 생산·확산 활동 또한 <피움> 브랜드로 단계적으로 통합
V. 나오며
ODA Watch의 전문적 감시에서 발전대안 피다의 성찰적 담론으로 이어진 지난 여정은,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양적 성장에 발맞춰 질적 성숙을 고민해 온 시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꽃피는 발전’이라는 피다의 이상은 국제개발협력 환경의 현실적인 변화 앞에서 추상적인 외침으로 머무르기도 했고, 조직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제 피다는 새로운 전환의 길에 들어서야 한다. 이런 점에서 2026-2028 중기 전략은 과거의 성찰을 토대로,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정체성의 고민을 넘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행동의 결단으로 나아가기 위한 단체의 다짐이자 약속이다. 우리는 앞으로 피다만이 할 수 있는 날카로운 감시와 깊이 있는 대안 제시라는 핵심 역량을 더욱 벼려낼 것이다. 동시에 개발협력의 경계를 넘어 더 넓은 시민사회와 ‘연결’하고, 회원들의 ‘참여’를 통해 조직의 뿌리를 튼튼히 내리고자 한다.
국제 정세의 변화와 새로운 정부의 출범으로 조성된 정책 환경은 우리에게 더 큰 역할과 책임을 요구한다. 이제 피다는 단순한 비판자를 넘어, 정부와 시민사회를 잇는 정책의 파트너이자, 한국 사회에 대안적 발전 담론을 생산하고 확산하는 ‘성찰적 연대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 전략은 새로운 3년의 출발점이다. 사무국, 위원회, 그리고 피다의 모든 회원이 이 청사진을 공유하고 함께 행동할 때, 비로소 ‘성찰적 연대’는 힘을 얻고 피다가 꿈꾸는 ‘사람이 꽃피는 발전’은 구체적인 현실이 될 것이다.